요양시설 대신 내가 살던 집에서
나이가 들고 몸이 불편해졌다고 해서 반드시 병원이나 요양시설에서 생활해야 할까.
최근 노인 돌봄 정책에서는 자신이 오랫동안 생활해 온 집과 지역사회에서 가능한 한 오래 살아가는 이른바 **‘에이징 인 플레이스(Aging in Place)’**가 중요한 방향으로 떠오르고 있다.
익숙한 생활환경을 유지하면서 필요한 의료와 돌봄 서비스를 함께 제공받을 수 있도록 하자는 것이다. 다
전국적으로 시작된 통합돌봄
이러한 변화의 중심에는 지역사회 통합돌봄이 있다.
일상생활에 도움이 필요한 노인이나 장애인이 병원이나 시설에 장기간 머무르지 않더라도 자신의 거주지에서 의료·요양·돌봄 서비스를 연계해 받을 수 있도록 지원하는 제도다.
올해 3월 27일 전국적으로 본사업이 시작됐으며, 시행 100일 만에 3만7천여 명이 관련 서비스를 연계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가족에게 집중되는 돌봄 부담은 숙제
제도가 시작됐다고 모든 문제가 해결된 것은 아니다.
전문가와 복지 현장에서는 하루 24시간을 기준으로 보면 공공서비스가 제공되지 않는 상당한 시간의 돌봄을 여전히 가족이 담당해야 하는 구조라고 지적한다.
도움이 필요한 사람을 조기에 찾아내는 시스템과 병원·보건소·행정기관·재가센터 등을 연결할 전문 인력도 더욱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돈과 일자리도 ‘존엄한 노후’의 조건
돌봄만 해결한다고 안정적인 노후가 보장되는 것도 아니다.
노후 소득이 충분하지 않은 계층을 위한 안전망과 함께 건강한 고령층이 계속 사회활동에 참여할 수 있는 다양한 일자리도 중요한 과제로 꼽힌다.
특히 단순 업무 위주의 노인 일자리에서 벗어나 개인의 경험과 능력을 활용할 수 있는 사회참여 기회를 확대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이 제시되고 있다.
노인을 ‘보호 대상’으로만 보지 않아야
초고령사회에서는 노인복지를 바라보는 관점 자체도 달라질 필요가 있다.
전문가들은 노인을 일방적으로 도움을 받는 대상으로만 보기보다 자신의 생활방식과 거주 장소 등을 결정할 수 있는 권리의 주체로 바라봐야 한다고 강조한다.
건강이 악화된 뒤 지원하는 사후 대응을 넘어 건강관리와 사회참여, 디지털 활용 등을 미리 지원하는 예방형 복지의 중요성도 커지고 있다.
초고령사회, 결국 중요한 것은 ‘어디서 어떻게 늙을 것인가’
한국 사회에서 노인 돌봄은 이제 개인이나 한 가족만의 문제가 아니다.
고령자가 자신이 원하는 장소에서 가능한 한 오랫동안 생활하기 위해서는 의료와 돌봄뿐 아니라 주거, 소득, 일자리와 사회참여가 함께 연결돼야 한다.
통합돌봄의 본격적인 시행은 그 출발점이다. 앞으로 제도의 사각지대를 얼마나 줄이고 가족에게 집중됐던 부담을 지역사회와 공공서비스가 얼마나 나눌 수 있을지가 중요한 과제가 될 것으로 보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