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차입 공매도 판단 이유
글로벌 투자은행 UBS가 옛 크레디트스위스 시절 이뤄진 약 603억원 규모의 무차입 공매도로 부과받은 169억4천만원의 과징금을 취소해 달라며 소송을 냈지만 법원이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번 사건에서 눈여겨볼 부분은 단순히 “공매도를 했다”는 사실이 아니다. 이미 다른 곳에 빌려준 주식을 아직 돌려받지 않은 상태에서 매도 주문을 넣은 것이 법적으로 허용되는 공매도인지, 그리고 결제일까지 주식을 돌려받을 가능성이 있다는 것만으로 충분한지가 핵심 쟁점이었다.
핵심 내용 한눈에 보기
| 항목 | 내용 |
|---|---|
| 대상 금융회사 | 옛 Credit Suisse AG, 현재 UBS AG |
| 문제된 기간 | 2021년 4월 7일~2022년 6월 9일 |
| 대상 | 국내 20개사 주식 |
| 매도 주문 수량 | 16만2,365주 |
| 주문 금액 | 약 603억3천만원 |
| 증선위 과징금 | 약 169억4천만원 |
| 소송 결과 | UBS 패소 |
| 핵심 쟁점 | 대여 중인 주식의 소유권과 결제일까지의 반환 확정 여부 |
금융위원회 증권선물위원회가 2024년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Credit Suisse AG는 해당 기간 소유하지 않은 국내 20개사 주식 16만2,365주에 매도 주문을 제출했으며 주문금액은 정확히 603억3,094만5,194원이었다. 증선위는 이에 169억4,390만원의 과징금을 부과했다.
법원은 왜 169억원 과징금을 인정했나
2026년 9월 5일 보도된 서울행정법원 판결에 따르면 UBS는 금융위원회 산하 증권선물위원회를 상대로 과징금 부과처분을 취소해 달라는 소송을 제기했지만 패소했다.
UBS 측의 주장은 크게 두 가지였다.
첫째, 문제가 된 주식은 단순히 빌려준 것이 아니라 담보로 제공한 주식이기 때문에 실질적인 소유권은 여전히 회사에 있다는 취지였다.
둘째, 설령 공매도에 해당한다고 해도 중도상환 요청인 ‘리콜’을 통해 결제일까지 주식을 돌려받을 수 있었으므로 무차입 공매도로 볼 수 없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법원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담보 목적으로 주식을 제공했다는 이유만으로 원래 보유자가 소유권을 계속 가진다고 단정할 수 없고, 실제 계약의 법적 형식에 따라 소유권이 이전될 수 있다고 판단했다. 또한 주식을 돌려달라고 요청할 수 있다는 사실과 결제일까지 실제 반환될 것이 확정돼 있다는 것은 다른 문제라고 봤다
공매도 자체가 불법이라는 뜻은 아니다
이번 사건을 이해하려면 ‘공매도’와 ‘무차입 공매도’를 구분해야 한다.
일반적인 차입 공매도는 먼저 주식을 빌릴 수 있는 상태를 확보한 뒤 매도하는 방식이다. 반면 매도 시점에 주식을 확보하지 않았고 정상적인 결제를 보장할 수 없는 상태에서 주문을 내는 무차입 공매도는 국내에서 금지된다.
금융위원회는 2024년 이 사건을 제재하면서, 매도 주문 시점에 반환이 확정된 대여주식처럼 결제 불이행 우려가 없는 경우는 공매도로 보지 않을 수 있지만 이번 사례는 달랐다고 설명했다.
대여해 둔 주식에 대한 리콜이 늦어지면서 주식을 돌려받는 시점이 당시 결제일보다 늦어질 가능성이 있었고, 이에 따라 결제불이행 위험이 존재했다고 판단한 것이다.
쉽게 말하면 다음과 같다.
“나중에 돌려받을 수 있을 것 같다”와 “매도할 때 이미 결제 가능한 주식이 확실하게 확보돼 있다”는 같은 의미가 아니다.
이번 법원 판단에서도 이 부분이 중요한 쟁점이 됐다.
603억원 공매도에 왜 과징금이 169억원인가
이번 소송의 대상이 된 과징금은 약 169억4천만원이다.
법원 판결 보도에 따르면 당초 산정 금액은 약 338억9천만원이었지만, 문제가 된 공매도 행위가 UBS와 크레디트스위스의 합병 이전에 발생한 사정 등을 고려해 50% 감경됐다. 법원은 최종 부과된 169억4천여만원이 위반행위와 비교해 지나치게 과도하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여기에서 헷갈리기 쉬운 숫자가 하나 더 있다.
2024년 증선위가 옛 크레디트스위스 계열사에 부과한 과징금 전체는 271억7,300만원이었다.
Credit Suisse AG(현 UBS AG)에 169억4,390만원, Credit Suisse Singapore Ltd.에는 102억2,910만원이 각각 부과됐다. 두 회사의
무차입 공매도 주문 규모도 각각 약 603억원과 약 353억원으로, 합치면 약 956억원에 달한다.
따라서 이번 뉴스를 정확하게 이해하려면 다음처럼 구분해야 한다.
603억원은 이번 소송의 중심이 된 Credit Suisse AG의 무차입 공매도 주문 규모이고,
169억원은 해당 회사에 부과된 과징금이며,
271억원은 당시 두 크레디트스위스 계열사에 부과된 과징금 총액이다.
이번 판결이 중요한 이유
이번 판결에서 중요한 부분은 금융회사가 실제 결제를 실패했는지만을 기준으로 불법 여부를 판단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금융위원회가 2024년 제재 당시 밝힌 기준을 보면 매도 주문 시점에서 주식을 반환받는 것이 확정돼 있어 결제불이행 우려가 없는지가 중요하게 다뤄졌다. 실제로 나중에 주식을 확보했거나 결과적으로 결제가 이뤄졌다는 사실만으로 매도 주문 당시의 무차입 상태가 사라지는 것은 아니라는 취지다
이는 글로벌 금융기관도 국내 주식을 공매도할 때 주문 시점의 잔고와 차입 상태를 정확하게 관리해야 한다는 의미가 있다.
현재 한국의 공매도 제도는 어떻게 달라졌나
이번 위반 행위가 발생한 시기는 2021~2022년이다. 이후 국내 공매도 제도에는 상당한 변화가 있었다.
금융당국은 무차입 공매도 적발과 제도 개선을 거친 뒤 2025년 3월 31일부터 공매도를 전면 재개했다.
현재는 일정 요건에 해당하는 기관투자자가 무차입 공매도를 방지하기 위한 자체 전산시스템을 구축하거나 사전입고 방식을 적용해야 한다. 기관·법인투자자에게는 내부통제기준도 요구된다. 거래소에는 무차입 공매도를 점검하기 위한 중앙점검시스템(NSDS)이 도입됐다.
공매도 목적 대차거래의 상환기간도 기본적으로 90일 이내에서 정하고, 연장을 포함해 전체 기간을 12개월 이내로 제한하는 제도가 시행됐다.
즉, 이번 UBS 사건은 과거에 발생한 거래에 대한 법적 다툼이지만 현재 강화된 공매도 관리체계가 왜 만들어졌는지를 보여주는 사례로도 볼 수 있다.
개인투자자가 이번 사건에서 알아둘 점
이번 판결을 “공매도가 불법이라는 판결”로 이해하면 정확하지 않다.
핵심은 합법적인 차입 공매도와 불법 무차입 공매도를 구분하는 기준이다.
개인투자자가 관련 뉴스를 볼 때는 다음 세 가지를 확인하는 것이 좋다.
- 기사에 나온 금액이 공매도 거래금액인지 과징금인지 구분한다.
- 단순 공매도인지 무차입 공매도 위반인지 확인한다.
- 금융회사 전체에 부과된 금액과 개별 회사에 부과된 과징금을 구분한다.
특히 이번 사건처럼 603억원, 169억원, 271억원이라는 숫자가 함께 등장하면 서로 다른 의미의 숫자를 하나로 오해하기 쉽다.
결론
UBS가 옛 크레디트스위스의 약 603억원 규모 무차입 공매도와 관련해 부과받은 169억원대 과징금을 취소해 달라고 요구했지만 법원은 금융당국의 처분이 정당하다고 판단했다.
법원이 중요하게 본 것은 단순히 최종 결제가 이뤄졌는지가 아니라 매도 주문을 넣는 시점에 해당 주식을 적법하게 처분할 수 있었는지, 그리고 결제일까지 반환될 것이 확실하게 보장돼 있었는지였다.
이번 사건은 공매도와 무차입 공매도가 같은 개념이 아니라는 점, 그리고 글로벌 투자은행 역시 국내 시장에서 동일한 공매도 규정을 준수해야 한다는 점을 다시 보여준 사례다.
※ 이 글은 금융제도와 법원 판결을 설명하기 위한 정보성 콘텐츠이며 특정 종목의 매수·매도 또는 투자 판단을 권유하지 않습니다.
